룩스페인 플레이 7시간째, 세이브 한번 잘못 하는 바람에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할 상황에 처했습니다. 요즘 어드벤쳐 게임에 이런 식의 '돌이킬 수 없는 실수' 가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참 우스운 일이군요.

게임 디자인과 관련된 이야기를 할 때, 제가 자주 인용하는 말 중에 '3시간 38분 전의 실수' 라는 것이 있습니다. 게임 디자이너 Greg Costikyan의 컬럼 'I Have No Words & I Must Design' (1994) 에서 언급된 말입니다만, 알기 쉽게 얘기하자면 '게이머가 3시간 38분이라는 오랜 시간 전에 한 아이템을 얻지 못하고 넘어간 탓에, 더 이상 게임을 진행할 수 없게 되는 불합리한 상황에 처하는 것' 을 지칭합니다.
여기서는 '게임 내에서의 간략하고 효과적인 정보 제공의 중요성' 을 논하기 위한 문장이었지만, 여기에 '게이머가 그 아이템을 얻지 못한 채로 그 지역에서 벗어나서 다른 지역으로 갔으며, 그 지역은 구조상 다시 갈 수 없다. 게다가 세이브를 덮어써 버렸다' 라는 상황을 덧붙이면 '게임의 구조적 문제' 로 발전하게 됩니다.

대부분의 요즘 게임들은 이러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스크립트에도 신경을 쓰고, 만약 실수를 하거나 놓치고 지나간 것이 있더라도 만회할 수 있는 요소를 만들어 놓는 것이 보통입니다. 하지만 룩스페인은 그렇지 못한 모양이군요.
이러한 상황을 회피할 수 있는 시스템적인 요소는 얼마든 준비할 수 있었을텐데(흐름 자체가 게임 내용과 관련된 것이라 자세히 언급할 순 없지만) 그저 세이브를 다른 슬롯에 백업해 두는 '구더기 무서워서 장 찔끔찔끔 담그는 식의 방법' 밖에 준비되어 있지 않습니다. 언제 그런 상황이 생길지 알고 세이브를 백업해 둘까요.

그런 주제에 기출 챕터 선택이나 메시지 스킵 같은 기능도 없어서 다시 플레이 하기도 참 씁쓸합니다. 스토리도 분위기도 괜찮아서 좋게 보고 있었는데, 시스템과 구조 면에서의 불안감을 현실로 직면하고 보니 그저 좌절스러울 뿐이군요. 요즘 어드벤쳐 게임들 정말 각성 좀 해야 되겠습니다.

그냥 확 때려칠까 싶은 충동에 휩싸이는군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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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008/04/07 17:50 2008/04/07 17:50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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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2. Dive! 2008/04/08 17:12  Modify/Delete  Reply  Address

    요즘 세상에 어드벤쳐에서 돌이킬 수 없는 실수라니 거기 게임 디자이너는 반성 좀 해야할 듯.
    지난 선택지로 돌아가기, 다음 선택지까지 스킵하기 정도는 3류 야겜에서도 지원하는데 말이죠.

    • KAISO 2008/04/08 18:28  Modify/Delete  Address

      요즘 자주 보이는 서드 게임의 날로먹기 전략 때문인지, 기본이 안 된 게임들이 많이 보여서 마음 아프더란 말이지...아이디어와 설정만 기발하면 끝이 아닌데 말이야.
      여담이지만 최근 DS 어드벤쳐 게임 중 시스템 지원의 최고봉은 듀얼러브. (...)

  3. 아츠키 2008/04/13 03:20  Modify/Delete  Reply  Address

    저런! 안타깝습니다;;
    사전에 정보를 좀 구한 다음 플레이하셨으면 좋으셨을텐데;

    2회차까지 클리어한 저로선 조심스럽게 재도전을 권해봅니다.
    일단은 하루가 시작하는 부분은 항상 파일을 첫부분에 보존해놓으면 그 하루동안은 여유있게 플레이 하실 수 있어요.
    거기에, 나츠키의 뷰잉을 잘 사용해서 횟수제한 꼼꼼히 확인만 하시면 1주째에 별다른 무리없이 21화 마지막 장까지 갈 수 있습니다.

    1회차 클리어 후 보이스, 갤러리, 사운드 등의 오마케 당연 있구요. 2회차땐 스킵기능도 있어 훨씬 쾌적하게 플레이 할 수도 있어요.

    1회차 클리어시 23시간, 2회차 클리어는 8시간. 참고되실까 싶어 적어봅니다.

    나중에 하실때 여기서 공략 참고하세요.
    http://www9.atwiki.jp/lux_pain/pages/1.html

    • KAISO 2008/04/13 04:42  Modify/Delete  Address

      예, 위에서는 조금 험한 말을 했습니다만 아무래도 이건 그냥 넘기기엔 아까운 게임이라는 생각이 들어서, 차분한 마음으로 처음부터 다시 플레이 하고 있습니다. 현재는 4시간만에 복구 후 6시간을 더해 총 10시간째 플레이 중이군요.
      어지간해선 1회차는 정보나 공략을 참조하지 않고 마음 가는대로 해 보는 성격이다 보니, 얼마 없는 요주의 포인트에 제대로 걸려버린 모양이네요.; 올려주신 공략위키에서 보니 별도로 크게 주의할 만한 곳은 없는 것 같아 다행입니다.

      정보 감사합니다. 조언해 주신 대로 챕터 시작마다 세이브도 따로 해 두고, 뷰잉도 적당히 써 가면서 해 봐야 겠어요.

      그나저나 초회 클리어에 20시간이 넘게 든다니 볼륨도 만족스럽군요. 1회차 클리어 후에는 공략위키 한번 정독하고, 2회차 플레이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 같습니다.

  4. noeejang 2008/04/15 19:00  Modify/Delete  Reply  Address

    이것 때문에 제가 킹스퀘스트5를 결국 클리어를 못했어요...
    (정말로 디자인이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때 기억엔 분명 3시간38분전의 실수 때문이었어요 어흐)

    • KAISO 2008/04/16 15:24  Modify/Delete  Address

      시에라의 그 계열 시리즈가 80~90년대를 풍미했던 걸 생각해 보면 충분히 있을 법한 이야기군요. 킹스퀘스트는 4편 이후로는 해보질 못했는데, 5편을 했더라면 저도 분명 막혔을 거라 봅니다.; (이런 쪽으로는 운이 없는 터라;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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